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시간을 지나쳐 보내다 문득 멈춰서니 12월 31일이다.
일회용 종이컵에 담긴 알싸한 양주 한모금에 몽롱한 불면에 빠져버린 황금돼지 해의 마지막 날.
바보같이 손에 그어진 두뇌선이 조금만 더 길어졌으면 좋겠다는 비웃음 받을 소원이나 빌고 있는
이십 대 중반이 되어 버렸다.
넉넉잡아 백 년이란 기간의 이사분기에 진입하고 있는데 남은 시간들이 촉박하게 느껴진다.
지나간 시간들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인생이란 한 없는 현재와 한 없이 짧은 과거와 미래로 이뤄져 있다는 듯
미래에 쫓기고 과거에 얽매이며 끈적이는 현재를 사는 나라는 유기체가 하는 일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깊은 생각'이 대답한 42. 아서 덴트가 아직 그 인생에 대한 절대적이고, 맹쾌하고, 궁극적인 답에 어울리는 질문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의 머리 속에 그 궁극의 질문이 남아 있을 것처럼 나에게도 내 비틀거리는 대뇌 신경섬유의
그 질문에 대한 은유가 존재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내가 맡은 깨달음의 향기가 그 일부분 임을 의심치
않는다.
오전 3시 30분.
또다시 노트북의 팬소리가 열람실의 데시벨을 상승 시키고 지금 해야 할 일들을 상기 시킨다.
Posted by ekAR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