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것의 한 단면을 들여다 보면 그것은 자신의 꿈을 현실적으로 줄여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하고 많이들 이야기 한다. 10대 이전에는 과학자, 의사, 대통령, 판검사, 우주인이 되고 싶었고 10대에는 그저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고 20대 초반에는 남부럽지 않은 직장의 직장인이, 20대 후반에는 과장이, 30대 초반에는 누군가의 충실한 남편이, 30대 후반에는 누군가의 한없이 멋있기만 한 아버지가, 40대에는 흔들리지 않는 가장이 되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인 남자들의 꿈이란 것이 아닐까. 꿈이란 나이를 먹음에 따라 좀 더 협의가 되어가고 명확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 반대가 되어 간다면 나이값 못한다는 핀잔이 뒤통수에 그야말로 작열하는 게 우리나라가 아닌가.
#2
연애란 것이 어른들에게 있어 아이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은 이게 돼야지 저게 돼야지 이걸 해보면 재밌을까 저걸 해보면 재밌을까 하루 하루 미래를 꿈꾸며 가슴 두근거리며 아침에 일어나는데 어른이 되면 그런 게 사라진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하루하루 지겹게 몸에 각인시켜 가며 살다보면 장래희망이란 정말 희망같은 이야기는 신경쓰지 않게 된다. 어느새 그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꿈꾸던 장래희망이란 잊어 버리고 오직 뭐 해 먹고 살지, 내일은 또 이 지겨운 일상을 어떻게 견뎌낼까만을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연애란 것을 하게 되면 다시 내일 아침 해에 두근거려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일은 그 사람과 어떤 일을 할까. 어떤 대화를 할까란 기대로 무뎌졌던 그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다시금 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연애란 어른에게 있어 내일을 꿈꾸게 만드는 아이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이라고 한다.
#3
나이먹음이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안식을 향해 걸어가는 종교의식 같은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세파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그 안식으로서의 죽음의 정의에 대해 두려움 속에서도 부지불식 간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더욱이 진리를 찾는 자들은 그들이 숭상하고 좇는 그 진리를 직접 목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 궤변스러운 논리에 100% 동의하진 않지만 큰 맥락에서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죽음을 그토록 어렵게 만드는 것은 채워지지 않는 호기심 때문이라지만 그 호기심이란 것도 득도한 진리 앞에선 그저 늅늅거릴 뿐이니까.
뭐 이런 이야기 그냥 헛소리고 살면서 그저 나잇값 못하는 사람이란 비아냥만 피하고 싶다. 요즘 이렇게 저렇게 나잇값 못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내가 타인에게 그렇게 비춰진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도대체 주야장천 보고 앉아 있는 드라마에서 자신들이 그렇게 욕하는 개념없는 등장인물이 자신의 모습이란 사실은 왜 그렇게 깨닫기 힘든 것일까.
Posted by ekARma

